※ 본 창작물은 픽션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실존인물과는 무관한 허구의 캐릭터임을 공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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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게 까였다. 이번이 딱 25번째. 그러니까 내가 고백을 한 6개월 전부터 하기 시작했으니까... 100번 채우려면 이십오 곱하기 사. 육 곱하기 사는 이십사. 딱 2년만 더 재민이한테 고백하면 되겠다.
"... 겠냐"
"왜 또 시비야 이동혁."
"아니 넌 굳이... 험한 꼴 보고 싶어서 안달난 것도 아니고."
"험한 꼴 봐도 좋을만큼 재민이를 사랑한다... 이거지. 야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된 것도 너 때문이야 알아?"
"오, 제법 개소린데."
이동혁 니가 재민이 소개만 안 시켜줬음 @₩#_+1^@<
"알았어 조용히 떡볶이 식는다. 닥치고 쳐드세요 제발."
처음 재민이를 만났던 건 이동혁 때문이었다.
"왔냐?"
"어잉... 근데... 누구야?"
"아 친구. 야 나재민 인사해."
"안녕?"
그 순간 완전 첫눈에 반해버렸다. 왜 너무 좋으면 막 속 쓰리고 울렁거리고 그러잖아. 딱 그랬어. 얘 얼굴 보는 순간 막 일렁이더라니까.
"그럼 여주는 동혁이랑 어릴 때부터 알았던 거네?"
"응!"
반배정을 보고 이동혁이랑 다른 반이 됐던 지라 우울했는데 참 다행이랄까. 이동혁이 나재민이랑 같은 반이 됐으니까. 그래서 이동혁 핑계 대고 맨날 나재민 보러 갔다. 내가 가면 항상 재민이는
"여주 왔어?"
이동혁은 맨날 김여주인데 얜 여주라고 불러주고 맨날 웃어주고 이거 먹을래? 하면서 아이셔나 주고 이러니 내가 정신을 차려 못 차려. 그리고 솔직히 이건 나재민 죄도 있는 거 아니야?
"아, 나재민."
"재민이."
"어?"
"나재민 아니고 재민이."
"... 어, 어... 재민아."
그날은 정말 밤새 이불 끌어안고 쿵쾅거리는 심장 가라앉히기 바빴다고. 난 네가 다정한 애라는 건 알아도 적어도 나한테는 더 다정한 줄 알았지.
"재민아."
"왜?"
"... 나 너 좋아해."
그래서 냅다 여름방학 시작 전에 고백을 갈겼다 이 말이야. 솔직히 난 우리가 썸 정도는 탄다고 생각했거든? 단 둘이 만나서 밥 먹고 떡볶이 먹고 영화보고 노래방 가는 게 썸 아니면 뭐야?
"미안 여주야."
"... ..."
"이거 안 들은 걸로 할게."
"... ..."
"난 여주랑 오래오래 친구하고 싶어."
나는 나재민이 나한테 그렇게 단호한 표정 지을 줄 아는 놈인 지 처음 알았다고. 엉엉 울면서 이동혁한테 전화하니까
"야 걔가 그냥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아니 그럼 왜 나랑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그랬대? 걔 다른 애들한테도 다 그래?"
"아니, 다는 아닌데, 야야 그만 울, 아 미치겠네..."
내가 억울해서 이대로는 포기 못하지.
입에 떡볶이 국물 잔뜩 묻히고 말하니까 이동혁이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던게 생생하다.
"야 나재민 그런 거 안 좋아해. 싫다고 말했을 때 딱 알아듣는 걸,"
"난 그렇게 못해"
"나재민이 친구라도 하자고 했을 때 그만해라 여주야. 너 그러다 진짜 상처 받,"
"아 몰라 일단 들이댈 거야!"
"...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하나."
그래요. 그래서 결국 이 지경까지 왔습니다. 첫번째 고백을 까고 나서 나재민은 아무렇지 않게 나한테 인사를 하고 이름을 부르더라고 정말 그 일은 아예 없었다는 것처럼.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뻔뻔해지자고.
"재민이는?"
"화장실. 넌 내 안부 좀 물어라."
"닥치셈."
재민이가 손을 털면서 들어올 때 그냥 냅다
"재민아 이건 내 두번째 고백이야. 사귀자. 잘해줄게."
"... ... 어?"
나재민도 이런 건 예상 못한 건지 늘 웃는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그러다 이내
"나 이런 장난 안 좋아해 여주야."
"... 장난 아닌데."
장난 따위로 치부된 고백이라니. 좀 더 무게를 잡고 해봐? 싶어서 매번 고백을 했다. 매일은 아니고 조금씩 텀 줘가면서. 대부분은 여주야 그만. 이라고 하거나 기분이 좋은 날은 웃으면서 어이고 또 그 소리네. 하면서 말았다.
"이상형?"
"응!"
"... 조용하고 욕 안 하고 무례하지 않고 나한테 이런 질문 안 하는 사람."
"... 우와 나 진짜 조용하고 욕 안 하고,"
"여주야 나 이동수업이라서."
"아, 응!"
그러니까 어제 고백한 거 까이고 또 왔다. 나재민한테. 좋은 걸 어떡하라고. 여러분 사랑은 숨길 수 없다잖아요. 이걸 어떻게 숨겨요. 완전 널 보면 하트가 튀어나와. 이건데.
재민아 너 하츄핑 닮은 거 알아? 이거 봐 완전 귀엽지.
재민아 나 이거 알려주면 안돼? 너 수학 짱 잘하잖아.
재민아
재민아
재민아
"여주야"
"응 나 불렀어?"
"수업 종 쳤다 얼른 가."
"... 알겠어! 이따 또 올게!"
쓸데없이 맨날 다정하게 불러줘 우리 재민이는 내 심장 또 떨리게. 아무리 귀찮아도 김여주라고는 안 부른다니까. 내가 이러니 짝사랑을 포기할 수 있겠냐고.
문제는 나 말고도 나재민을 좋아하는 애들은 많았다. 당연하지 그 얼굴과 피지컬에 성격인데 안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지. 다들 선망의 대상이었고 약간 만인의 연인이랄까. 나 말고도 고백하는 애들이 많았다. 근데 내가 고백했을 때랑 차이점은...
"난 너 안 좋아하는데."
다른 애들한테는 꼭 저렇게 직설적으로 사유를 말한다. 안 좋아하는데. 하고. 근데 나한테는 직접적으로 말한 적 없잖아. 그러면 가능성은 있는 거 아니야?
"야야 들어봐봐."
"보나마나 헛소리일 거 아니야."
"아니라고 새끼야. 들어봐."
"아, 그래 뭔데."
그래서 이 이야기를 해주니 이동혁 표정이 그럼 그렇지. 로 변한다.
"내가 조언 하나 해줄까."
"무슨 조언."
"나재민이 그 선으로 이야기 할 때 그만해. 많이 봐주는 거야 그거."
"... ... 존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네."
"진짜다. 난 너 상처 받는 것도 싫고 나재민이랑 너랑 불편해지는 것도 싫다고."
"너 나야 재민이야."
"둘 다 아니야."
"짜증나네."
근데 이거 진짜라고.
나도 미친거지 저 말 듣고 정신 못 차리고 또 고백하려고 나재민을 불러냈으니까. 아니 근데 얘는 좋다 싫다 말 잘 하면서 왜 부르면 부르는 대로 나오냐고. 설마 이번에는 정말 받아주려나?
겠냐.
"여주야, 그만."
"... ..."
"나 너랑 불편해지는 거 싫어."
"왜 사귀는 게 불편해지는 거야?'
"너 동혁이 친구잖아 나도 그렇고."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냥 우리 친구로 지내면 안 되는 거야?"
이때부터 알았다 그냥 친구사이 하고 싶어서 나재민이 둘러대는 게 아니라는 걸. 순간 이동혁 말이 머릿속을 확 지나쳤다.
"나재민이 그 선으로 이야기 할 때 그만해. 많이 봐주는 거야 그거."
그럼 봐주지 말고 말하던가. 좋다 싫다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건...
자기 방어 같은 느낌?
괜히 싫다고 딱 잘라 말하면 내가 이동혁 불러서 또 찡얼댈 것 같고 그러면 또 자기는 이동혁한테 한 소리 들을 것 같고. 나는 어차피 또 고백할 테니까 굳이 그렇게 말해야겠다는 필요성이 없다. 그런건가. 아, 그거네.
"그냥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 나재민."
"나재민 아니고,"
"그럼 네가 나재민 아니고 뭔데."
"김여주."
나재민도 처음으로 성 붙여서 나를 불렀다. 진짜 존나 무서운 표정을 하고. 그리고는 길거리에 나 혼자 두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리고 나서 내내 우울했다. 일주일 동안.
"이번에는 진짜 끝인 것 같다 동혁아."
"기어이 또 고백을 했구나."
"나재민이 뭐라고 말 안해?"
"안 해. 걔가 그런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애도 아니고. 뭐가 좋다고 얘기해."
"... ... 하."
"떡볶이 먹을래? 내가 사줄게."
"됐다."
"... 이번에는 진짜 충격이 큰가 보네. 매운맛으로 먹을 건데, 진짜 싫어?"
"닥쳐."
"응."
"그렇다고 나재민이랑 너까지 어색해진다거나 그러지 말고. 그냥 둘이 만날 때 나만 끼우지 마라."
"내가 그 정도 눈치는 있지."
"그래도 네 떡볶이 친구는 나다. 명심해라."
"나재민 떡볶이 별로 안 좋아해서 괜찮아."
"... ... 떡볶이 안 좋아한다고?"
"엉. 왜, 아... 어..."
씨발. 안 좋아하는 떡볶이는 왜 맨날 나랑 같이 먹어준 건데. 진짜 존나 재수없어.
결국 이동혁 붙잡고 엉엉 울다 나재민 보고싶다고 떼쓰다 같이 찍은 셀카 몇 장 보다가 거의 전남충 짓은 다 했다. 사귄 적도 없으면서. 대가리에 힘 빡 주고 일부러 나재민 보러 가지도 않았고 연락도 안 했다. 진짜 말 그대로 대가리에 힘줬다고. 혹시라도 이동수업하다가 마주치거나 복도에서 마주치면 옆에 친구 팔짱 꼭 끼고 시선을 피했다.
"오늘 급식 에바인데..."
급식이 진짜 개에바로 나왔길래 거의 다 먹지 못한 날 결국 수업 다 끝나자마자 배가 미친듯이 고프기 시작했다. 이동혁네 반으로 가면 되지만... 가면 혹시 나재민 마주칠까봐 전화로 말했다.
"동동 떡볶이 먹으러 가자."
"나 오늘 당번인데 와서 기다리실?"
"... 너 나재민이랑 같이 당번 아니냐?"
"맞는데."
"미친새끼야. 청소하고 떡볶이집으로 와. 가서 기다릴게."
"어잉."
그 때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하면 안 됐어. 먼저 가게에 들어가서 주문해놓고 있었더니 이동혁이랑 나재민이 같이 들어오더라. 그대로 마시던 쿨피스 뿜어버렸다. 콜록콜록 대면서 이동혁 노려보고 있으니 나재민이 티슈 몇 장 뽑아서 입가를 닦아주는 손길에 대충 손 쳐내고 티슈 뺏어서 내가 닦았다.
"동혁아, 너 드디어 미쳤니?"
분명히 내가 울고불고 전화해서 투정부린 거 다 알면서 왜 데려와 얘를. 이러다 떡볶이 콧구멍에 쑤셔넣고 체할까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급한 일 있어서 미안. 둘이 맛있게 먹어^^"
이동혁 너는 뒤졌다. 속으로 씹고 있으면 실시간으로 이동혁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게 보인다.
"내가 같이 가자고 했어."
"... ..."
"이동혁 잘 못 한 거 없다고 여주야."
"... 그래서 어쩌라고."
솔직히 저 말 뱉고 나 심장 쫄려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재민이한테 저딴 말을 하다니... 하면서
"... 미안해."
"뭐?"
"그 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데..."
"... ..."
사과를 할 거면 단 둘이 있을 때 하던가, 이동혁 불편하게 만들기 싫다더니 지금 나재민 네가 제일 불편하게 만들고 있잖아. 먼저 카톡 하나 보내면 되는 거를 굳이굳이...
"하, 됐다."
"... ..."
"사과 받을 테니까 됐다고 근데 떡볶이는 같이 못 먹어. 그니까 둘이 먹고 와."
"여주,"
"그리고 나재민 이제 나 아는 척 하지 마. 아니, 하긴... 내가 너 안 찾아가면 서로 아는 척 할 일도 없을 텐데 그치? 이제 내가 너 아는 척 안 할게. 잘 지내라."
집에 가서 엽떡이나 시켜먹어야지.
[집에 잘 들어갔어?]
얼씨구 선톡까지? 왜 좀 쫄리나봐? 졸졸 쫓아다니는 1호팬 사라졌다 뭐 이런 건가. 하 진짜 어이없어. 내가 읽나봐. 핸드폰에 대고 뻐큐를 날리다가
[이동동]
"어 왜."
"나재민이 왜 카톡 확인 안 하녜."
"... 차단했다고 해."
"야 차단했대."
"가지가지하네 진짜 이동혁 너 죽고 싶냐."
"전화도 차단했녜."
"... 잊고 있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고 전해줘라. 전화 끊자마자 바로 싹 다 차단할거야. 그리고 이동혁 한 번만 더 나재민이 하는 말 전하면 너랑도 끝이다."
"이번엔 진짜 같은데 너 어쩔거야."
"... 계속 사과해야지."
"너 그래서 기며주 좋아하는 거야 뭐야 싫어하는 거면 그냥 딱 잘라서 말하던가 네가 계속 그래서 괜히 애만 상처받았잖아."
"그걸 모르니까 이러고 있지."
"모르면 만나보고 기든 아니든을 정하던 아니면 그냥 잘라내, 아니 왜 이 둘은 이렇게 멍청하지?"
"괜히 상처주기 싫어서 그런거라고."
아오 그놈의 상처 상처! 이동혁만 매운 떡볶이 푹푹 떠먹으면서 땀 삐질삐질 흘렸다.
"근데... 잠들기 전에 한 번씩 여주 얼굴 생각은 나."
"하... 진짜 죽일까."
대체 그게 좋아하는 거 아니면 대체 뭐가 좋아하는 건데.
어우 속 쓰려... 어제 집에 와서 엽떡 매운맛을 국물까지 싹싹 먹었더니 결국 속이 난리가 났다.
"쭈 진짜 점심 안 먹을 거야?"
"응... 너네 가서 먹어..."
"몸 따뜻하게 하고 너무 불편하면 보건실 가서 누워있어"
"오야"
보건실까지 갈 기력도 없다 이거야.
[동동아 너 밥 먹고 보건실에서 소화제 하나 받아와주셈]
[어제 엽떡 존나 먹었더니 속쓰려뒤짐]
대충 책상에 엎드린 채로 귀에 이어폰 꽂고 눈을 감았다. 선잠에 빠져들 즈음에 어깨 위로 툭 가벼운 무게가 실리는 게 느껴졌다. 담요인지 옷인지 뭔지 암튼 얹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동동... 누나 약 가져다주려 이렇게 빨리 왔냐... 존나 기특해."
어깨 위에 올라온 손을 잡고 대충 말했다. 눈 다시 뜰 기력도 없고
"앞에 놔주고 가주라. 이따 내가... 감사인사 제대로 할게에..."
그대로 늘어지다 늘어지다 푸욱 잠에 들었다. 눈 뜨고 나서는 기절하는 줄 알았지. 맨날 나재민이 덮고 다니는 큐티뽀짝 인형 담요였으니까. 나재민 이름까지 떡 하니 새겨놓은 그 담요. 아이씨...
존나 좋아.
그러니까 나재민 너는 그게 문제야 왜 다정한건데 왜? 그냥 싫다고 딱 잘라서 말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대체 왜. 응? 고백은 맨날 거절해놓고 내가 무시하는 건 싫은 거야? 그럼 뭐 어쩌자는 거야. 타임머신이라도 만들어서 시간이라도 돌릴까? 내가 고백하기 전으로? 응? 도라에몽 불러 이씨.
그래서 이걸 어떻게 돌려주지. 이동동 통해서 줄까? 아니야 걔한테 이거 전해달고 말했다가 나재민 나오면 어떡해. 얘네 내일 체육있지? 체육시간에 넣어놓고 가자. 좋았어 똑똑했어.
똑똑은 무슨
"이따가 감사인사 제대로 해준다며."
"... ..."
"감사인사 받으러 온 건데."
"... 하."
한숨 쉬지 말고. 그래 나재민이 뛰는 놈이 아니라 나는 놈이라는 걸 잊고 있었네. 짜증나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놈이라고.
"되게 짜증난다는 표정이네."
"... ... 짜증이 안 나는 게 이상하지."
그래서 뭐. 감사인사 뭘로 받을래?
"오늘은 여주 속이 쓰리니까 떡볶이는 안 되고."
"알면 그냥 집에 좀 보내주지?"
"집까지 데려다줘도 돼?"
"... ... 이거 거절도 있냐?"
"감사인사라며..."
또 눈 예쁘게 뜨고 쳐다보지.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보지 마."
대충 담요 던지듯 주고 먼저 걸어가니 '같이 가야지.' 하고 따라온다. 집으로 가는 내내 나재민만 말하고 나는 조용한 아주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역할 체인지 그런 느낌이네.
"배는 좀 괜찮아?"
"... ..."
"아프면 병원 갈까?"
"... 하..."
"오늘따라 한숨을 많이 쉬네."
"야."
"야?"
불과 1초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대던 나재민 얼굴이 굳는다. 아이씨 또 쫄았어.
"그만해. 나 이제 진짜 너 안 좋아할 거니까 그만 하라고. 괜히 정 떨어지게 하려고 이런 짓 하는 거면 그만하고 혹시 아쉬워서 이러는 거면 더더욱 그만하고."
"... 그런 거 아닌데."
"그럼 또 뭐,"
"나는... 너 좋아하면 안 돼?"
"... 헐."
진짜 저거 한 마디만 나왔다. 헐. 그 뒤로는...
"너 장난쳐?"
"장난 아닌데."
"그래 아닌 것 같아서 장난치냐고 물어보는 거야."
"응. 장난 아니라니까."
"아아아악!"
진짜 비명 그 잡채. 대체 왜. 왜냐고. 갑자기 뭔데. 진짜 누구 놀려? 그대로 나재민을 두고 지진날 듯이 걸어갔다.
"데려다준다니,"
"야!"
"야 아니라고..."
"야! 나재민! 너! 야 임마! 나재민씨!"
"... ..."
"따라오지 마. 가!"
실시간으로 점점 더 굳어가는 표정 보니까 속이 좀 풀리는 건지 더 꼬이는 건지 아니 그렇다고 쟤가 싫어할만한 행동을 굳이굳이하는 게 유치하... 지 않아 나 지금 개빡쳤으니까.
집으로 돌아와서도 게속 이불 쥐어 뜯고 베개에 얼굴 묻고 으아아아악!!!! 소리 지르고도 화가 안 풀려서 이동혁한테 전화 걸었다.
"왜."
"나재민 약 쳐먹었냐?"
"아 왜 또 뭔데 이번엔."
"좋아한대!"
"... 너 나재민 원래 좋아했, 어?"
"나재민이 나를 좋아한대"
"어 야 그니까, 어.. 에, 존나 복잡해졌네."
"그러니까! 아, 돌겠네 진짜... 야 네가 나랑 걔 머리 좀 존나 세게 후려쳐서 기억상실이라도 걸리게 해주면 안 되냐? 나 이거 지금 진심이야..."
"갑자기 인생에 빨간줄 긁어달라는 부탁을 하시네요."
"진짜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냐?"
"하... 여주야, 사실은 있잖아 나재민도 너,"
"나재민 뭐. 야 동동 왜 답이 없어..."
"여주야."
"... ... 아이 진짜...!"
얘는 무슨 홍길동이야? 왜 또 이동혁이랑 같이 있는 건데.
"내 전화는 다 차단하고 왜 이동혁한테는 전화 걸어..."
"너 같으면 너한테 전화 걸겠냐고."
"동혁이 귀찮을 테니까 둘이서 얘기하자."
"... ..."
진짜 울고 싶다.
저기 뭔 도살장 끌려가세요? 표정이 왜 그래.
"너 같으면 표정이 풀리겠냐고."
"야 그래도 좀 잘 풀어봐... 나재민 알잖아 그런 걸로 장난 안 치는 거."
"알아서 문제라고."
"... 에휴 나도 모르겠다."
나재민 만나러 가기 싫다고 찡얼대는 나를 이동혁이 질질 끌고 나왔다. 카페에 가면 이미 앉아있는 나재민... 아, 진짜 존나 내 취향으로 생겼어.
"둘이 잘 이야기 하시고? 난 간다잉"
대충 팔이나 휘적이면서 자리에 앉자 또 또 저 예쁜 눈.
"할 얘기나 빨리 해."
"천천히 해야지."
"야."
"야 아니고 재민이"
"재민아, 그냥 빨리 얘기할래 나 진짜 피곤하거든?"
"피곤해? 안 되는데... 나 오늘 여주랑 데이트하려고 나온 건데."
"... ..."
"근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또 그 입꼬리 땅바닥까지 내릴 기세로 시무룩한 표정 지으면...
"아, 알았어 그래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여주 팝콘 먹을래?"
"너 팝콘 잘 안 먹잖아. 됐어."
"아니야 나 팝콘 좋아해."
"거짓말 하지 말고. 속일 걸 속여 내가 너 쫓아다니면서 그거 하나 모를 것 같아?"
"... ..."
"그냥 콜라만 사서 들어가자."
영화까지 볼 생각은 없었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내가 보고 싶어했던 영화를 예매해둔 나재민의 '티켓값 아깝잖아...' 스킬에 넘어가버린거지. 대충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팔걸이를 올린다.
"뭐야 왜 올려."
"그냥."
"... ... 네 맘대로 하세요."
"진짜 맘대로 해도 돼?"
그럼 팔짱도 좀 끼,
"조용."
영화 시작되고 콜라 쫍쫍 거리다가 문득 옆을 보면 나를 빤히 보고 있는 눈이랑 시선이 마주친다. 나도 영화 볼 때마다 나재민 보느라 정신 팔렸었는데.
"영화 봐."
속삭이니 알겠어. 하면서 고개를 돌린다. 그러다가 다시 쳐다보길래 말리지도 않았다. 영화 다 끝나고 화장실에 갔다.
[잘 얘기하고 있어?]
이동혁 카톡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뭐야. 벌써 헤어졌어?"
"아니, 영화 보고 지금 잠깐 화장실."
"아아."
"하... 이동혁 나 진짜 좆된 것 같다."
"왜."
"진짜 개짜증나거든? 나도 맘 같아서 그냥 거절하고 싶은데..."
"싶은데,"
"못 그러겠어. 진짜 존나 좋아."
"내 그럴 줄 알았다."
나오는 게 아니었어. 괜히 나재민한테 더 감기고 있잖아아! 소리나 꽥 지르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던 척.
"이제 집에 가, 너 얼굴이 왜 그래?"
"어, 어? 얼굴 왜?"
"너 열나?"
손을 이마에 대니까 약간 뜨끈하긴 한데... 열은 아닌 것 같고
"너 더위 많이 탔나? 아닌데... 영화 보면서 더웠어?"
"어? 어, 으응..."
"... 암튼 이제 집에 가자"
"저녁은?"
"... ... 저녁까지 먹어야해?"
"응. 데이트잖아."
"... 내가 떡볶이 먹으러 가자고 해도 갈 거야?"
"응 나 떡볶이 좋아,"
"너 떡볶이 싫어한다는 거 이동혁한테 다 들었거든."
"아..."
"너 나한테 구라치면 이제 나 못 만나."
"거짓말 안 하면 나 만나줄 거야?"
"아이, 그게 아니고,"
"거짓말 안 할게."
아니 왜 계속 묘하게 내가 밀리는 것 같지? 이래서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라고 했던가. 대충 근처 라멘집에 와서 밥 그릇 다 비울 때쯤에 물어봤다.
"그래서 너 나 진짜 좋아해? 왜? 언제부터? 육하원칙 맞춰서 설명해봐."
"... 정확히는 모르겠어 근데 몇 번째 고백했을 때부터는... 좋았던 것 같아."
"근데 왜 그랬어? 왜 다 거절했냐고."
"너랑 사귀고 헤어지면, 친구도 못하잖아."
"... ... 등신 아니야 이거."
그러니까 진짜 불편한 사이 되기 싫다는 말이 찐이었다는 거야?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쳐.
"무서워서 그랬어. 혹시 너는 나만큼의 마음이 아닐까봐."
"뭐, 네가 날 더 좋아하기라도 했다는 거야?"
"응."
세상에 어떤 애가 매일 같이 자기 좋다고 고백하는 애한테 귀찮은 티 한 번 안 냈겠어. 왜 굳이 애둘러 가며 마음 돌리게 하려고 했겠어. 굳이 시간내서 나오고 나 좋다고 웃는 얼굴 볼 때마다 마음 아픈데 그것도 좋다고 만나러 나왔겠어. 혹시 네가 하는 고백이 다 장난은 아닐까 내가 진짜 고백 받아주면 이게 아닌데 하면서 네가 날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혹시 우리가 사귀게 된다고 해도 넌 그냥 떠나면 그만일 것 같고.
"아니 잠깐,"
"우응?"
"넌 그럼 날 여태까지 막 고백하는 쉬운 여자로!"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여주는 나한테만 고백하니까."
"... ... 아무남자한테 다 고백을 하고 다녔어야 하나."
"그건 안 되는데."
"아무튼 계속해봐."
그러니까 너 그때 아팠던 날. 나인 줄 모르고 내 손 잡아줬잖아. 그것도 좋았고... 이동혁한테만 전화하는 건 싫고... 그리고...
"그리고 뭐."
"아직도 나 좋아하잖아."
"와 이 개쓰레기적인 멘트를 이렇게 치네."
"나도 여주 좋아하는데..."
"또 또! 그, 그 예쁜 눈 그거...!"
"나 예뻐?"
"... ... 어, 존나 예뻐."
"너도 예뻐."
"... ... 와."
"그래서 뭐?"
"그렇게 됐다고."
"뭐가 그렇게 돼."
"... 아, 사귄다고."
"어휴 꺼져라 커플새끼들아."
그러니까 김여주는 죽어도 모를 거야. 담요 덮어줬을 때 이동혁 부르면서 손 잡은 그 순간. 나재민 귀가 얼마나 새빨개졌는지. 왜 하필 이동혁 이름이나 부르는 건지 같잖은 질투를 하던 나재민을. 짜증내면서 발 쾅쾅 굴러도 자기 걸음이면 금방 잡힐 그 작은 걸음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존나 좋다고 찡찡거리던 목소리 때문에 여자화장실 앞에서 김여주 기다리면서 혼자 미친놈 마냥 실실 웃어대던 나재민을.
동혁아 연애 코칭 고맙다. 대충 치킨 기프티콘 쏴주면서 이동혁한테 감사인사한 나재민을.
엠비티아이적 사랑에 집중해보았습니다,,, 근데 제가 잇프제가 아니라 모르겠네요,,, 약간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가 확실한 재민이가 사랑 앞에서 고민하고 결국은 무너져버리는 것이 보고 싶었어요 여주는 파워 엥뿌삐,,,
다음 엠비티아이는 누구로 해볼지...
뭔가 이 둘이 사귀고 나서 재민이는 어미새마냥 여주를 챙겨줄 것 같고 여주는 챙김을 아주 잘 즐길 것 같아요. 이 둘이 싸우는 날은 대부분 재민이가 화내고 여주가 싹싹 비는 느낌일 것 같고...
대학교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데 파워 엥뿌삐 여주 과회식이든 모임이든 어디든 잘 참석하고 잘 취하고 잘 놀아서 재민이가 꽤나 골머리 썩을 것 같다는... 그래서 결국 둘 학교가 그리 멀진 않아서 중간 위치에서 동거할 것 같은 느낌.
고딩 재민이 느낌을 위해 사진이 조금 옛날 것들이지만,,, 하핳 다들 7월달도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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